(부탄에서)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될 것 같죠?
제가 어릴 때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가 1960년입니다. 그때 한국은 1인당 GDP가 100달러였습니다. 밥을 못 먹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10km는 그냥 걸어 다녔습니다. 어린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도 4km를 걸어 다녔습니다. 신발이 없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 후 65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한국은 1인당 GDP가 35,000달러가 되었습니다. 1인당 GDP가 350배나 많아졌습니다. 그러니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되잖아요. 그러나 한국의 젊은이들은 살기 힘들어서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세계에서 제일 많습니다. 또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첫째, 집값이 너무 비싸서 집을 구하기 어렵고, 둘째, 교육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물질적으로 보면 350배가 더 늘었는데 사람들은 옛날보다 더 힘들다고 말합니다. 여러분들도 ‘부탄이 한국처럼 경제만 좋아지면 다 해결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에 가서 여행을 해보면 천국처럼 좋아 보일 겁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에 사는 것처럼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지금 한국은 공장을 많이 지어서 공기가 아주 나쁩니다. 물이 오염되어서 수돗물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돈을 주고 물을 사서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돈을 더 많이 벌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지금 ‘돈, 돈, 돈’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부탄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호주, 미국, 한국, 일본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시골에는 노인들만 남게 될 겁니다. 제가 자란 시골 마을도 65년 전에는 인구가 많았는데, 현재는 많이 줄었습니다. 초등학생은 2천 명이었는데, 지금은 15명입니다. 제 나이가 올해 71세인데 우리 동네에서 가장 젊은 사람입니다. 젊은이들은 전부 도시에 가서 삽니다. 부탄도 그런 방향으로 변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전부 팀푸나 외국으로 나가서 살려고 하잖아요. 이렇게 되는 게 부탄이 잘 되는 걸까요? 도로가 잘 닦이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나요? 집을 좋게 짓는다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겠어요? 여러분의 자녀가 호주로 가서 많은 돈을 벌어서 보내주면, 집은 크게 하나 지을 수 있을지 몰라도 죽을 때까지 얼굴 한번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한국처럼 빠르게 발전한 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자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발전이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온 거예요. 공기 좋고 물 좋은 부탄이 얼마나 좋은지는 여러분이 부탄 밖을 나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생활환경이 너무 불편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생활환경은 개선해야 합니다.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수로를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더 좋은 것만 추구하면 끝이 없습니다. 지금은 전기밥솥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기밥솥이 생기면 세탁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탁기가 생기면 냉장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탁기와 냉장고가 생기면 집 안의 생활공간이 작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 큰 집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면 더 많은 물을 쓰게 되어 마을 전체의 물이 부족해집니다. 물이 부족하면 새로운 식수원을 찾아서 또 수로를 연결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침대도 필요하고, 자동차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계속 갈 겁니까? 언제 멈출 거예요? 이렇게 계속 헐떡거리며 사는 것이 과연 잘 사는 거예요?
이렇게 욕망은 멈출 줄 모르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생기고, 전 세계가 어려움에 처한 겁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첫째,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너무 ‘돈, 돈, 돈’ 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려고 왔습니다.
< 2024.04.01. 법륜스님의 '하루' 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법륜 스님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제 제기를 했더니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습니다. (0) | 2024.04.15 |
---|---|
창의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1) | 2024.04.04 |
나이는 드는데 보잘 것 없는 제 모습이 괴로워요 (1) | 2024.03.29 |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살기가 빠듯합니다. (0) | 2024.03.27 |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지만, 무엇이 진정한 행복일까요? (1) | 2024.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