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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하루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요

by 명랑bb 2024. 7. 3.

 

저는 불교를 공부하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회에서 충분한 배움이 없었기 때문에 지식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불교 공부에 대해서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요. ‘내가 배운 것이 별로 없는데 도대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자기 의심이 있습니다. 제가 불교 공부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여기 불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계가 있습니다. 제가 물어볼 테니 대답해 보세요. 불상이 더 큽니까? 종이 더 큽니까?

불상이 더 큽니다.

 

종은 불상보다 작습니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이번에는 시계와 종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종이 큽니까? 시계가 큽니까?

종이 더 큽니다.

 

그러면 종은 불상보다 작고 시계보다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이제 불상도 치우고, 시계도 치우고, 이 종만 가지고 제가 물어볼게요. 이 종은 큰 것입니까? 작은 것입니까?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종이 크다’ 혹은 ‘종이 작다’ 하고 말할 때 ‘실제로 종이 크기 때문에 크다’ 혹은 ‘실제로 종이 작기 때문에 작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 종은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인식할 때 어떤 때는 크다고 인식이 되고, 어떤 때는 작다고 인식이 되는 것입니다. 크다 혹은 작다는 것은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 상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마음이 짓는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것을 보고 ‘크다’, ‘작다’, ‘좁다’, ‘넓다’, ‘길다’, ‘짧다’, ‘새것이다’, ‘헌것이다’, ‘비싸다’, ‘싸다’, ‘귀하다’, ‘천하다’,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이것은 모두 인식 상의 문제입니다. 사실은 옳은 것도 아니고, 그른 것도 아니고,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고, 다만 그것일 뿐입니다.

 

이것을 대승불교에서는 ‘공(空)’이라고 말합니다. 인연을 따라서 이런 인연일 때는 크다고 불리고, 저런 인연일 때는 작다고 불리는 것입니다. 본래는 그 무엇도 아니지만 인연을 따라서 이것이 되기도 하고 저것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을 금강경에서는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고 합니다.

 

질문자는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그 어떤 사람도 더 높은 사람도 없고, 더 낮은 사람도 없고, 더 귀한 사람도 없고, 더 천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그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평등합니다. 본인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본인이 너무 잘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잘나고 싶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 그대로 완전합니다. 모든 존재는 다 그대로 부처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소중한 줄 알아야 합니다. 노력을 해야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부처입니다. 그러나 번뇌에 휩싸여서 자신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헤매고 있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상황에 처해도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니르바나이고 열반입니다.

 

불교 수행의 목표는 죽어서 극락 가는 것도 아니고, 다음 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복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내가 여기 있으면서 괴로움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 불교 수행의 목표입니다. 번뇌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는 상태는 누구나 다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닙니다. 어렵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가능하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누구나 가능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정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그러니 자기를 믿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세상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지식들은 나의 괴로움을 없애는 데에는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남을 돕는 데는 필요합니다. 내가 깨달음을 얻는 데는 지식이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교화하거나 다른 사람을 돕는 데는 온갖 지식이 다 필요합니다. 법륜 스님이 많은 교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지식들은 교화하는 데에 필요할 뿐입니다. 내가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데에는 세상의 어떤 지식도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정진을 하시기 바랍니다.

 

 

<법륜스님의 '하루'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