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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하루

AI(인공지능) 시대,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by 명랑bb 2024. 3. 19.

 

저는 4살 된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한국의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양육과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AI(인공지능)가 큰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앞으로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감히 상상조차 안 갑니다. 앞으로 30년 뒤에 저희 아이가 사회에 나가게 되었을 때 현재 직업의 대부분이 소멸하거나 AI로 대체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미래를 위해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고, 어떤 관점으로 양육해야 할까요?

 

조선 시대에 미래 산업 사회가 올 것을 대비해서 아이들한테 어떤 교육을 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살았을 것 같아요? 그 시대의 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본들 요즘 시대의 여러 직업과 기술력에 대해 상상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대에 태어나면 다들 잘 적응해서 살아갑니다. 특별히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신출귀몰하거나 특수한 교육을 받아서 잘 적응하고 사는 게 아닙니다. 그 시대에 태어나면 그 시대에 맞게 살아지는 거예요. 일본에 태어나면 다 일본말을 하게 되고, 한국에서 자라면 한국말을 하게 되고, 베트남에서 살면 베트남말을 하면서 살게 되는 거예요. 꼭 누가 가르쳐서라기보다 스스로 적응해서 사는 겁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 보기에 포클레인 같은 중장비로 땅 파고 집 짓고, 자동차가 먼 길까지 데려다 주고, 기계로 농사짓는 모습을 본다면, 사람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겠다고 여기겠죠.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초반에는 어땠어요? 방직 공장에서 더 이상 사람의 힘이 아닌 기계의 힘으로 모든 생산물을 만들게 되니 기계에 저항하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運動)이 벌어졌죠. 그랬는데 지금 어떤가요? 산업 사회 초기보다 월등하게 효율적인 기계가 나왔음에도 우리는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손톱에 색칠해 주고 먹고사는 사람, 마사지해주고 먹고사는 사람, 머리카락 다듬어 주고 먹고사는 사람 등 다들 무언가를 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미래에 뭘 해서 어떻게 먹고살지에 대해서는 지금 알 수도 없을뿐더러 그때가 되면 다 적응해서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마트폰이 생긴 지가 10년도 훨씬 지났는데 저를 비롯한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태어난 아이들은 세 살만 되어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알아요. 인간의 적응력이란 게 그런 거예요. 태어난 시대 상황에 맞게 살아지는 겁니다. 만약 현대 사회에 태어난 아이를 뉴기니 원시림에서 살게 한다면 원시 사람으로 살게 될 겁니다. 원시림에서 태어난 아이를 현대 사회에 데려와서 살게 하면 현대인으로 살게 되고요.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서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미래에 대해서는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한테 어떤 교육을 시켜야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방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동생이 태어나면 갓난아기도 키우고 했습니다. 이렇게 자라면 전천후가 되는데, 요즘은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가르칩니다. 공부만 하면서 자라난 아이들은 할 줄 아는 것이 자신이 공부한 부문에만 한정되어 있어요. 만약에 운전하는 방법만 공부해서 운전밖에 못 한다면 나중에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타났을 때 낭패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교육이라면 특정한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예전처럼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는 등 뭐든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학교 교육은 미래 사회에 적응해서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모든 교육 내용을 세분화해서 오직 전공 분야에만 특출 나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마치 사람을 기계 부속품과 같이 교육시키는 일과도 같습니다. 미래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에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걸림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한정적인 교육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집에서건 밖에서건 뭐든 할 수 있도록 교육했을 때 미래 사회에 더 잘 적응해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스님이 되어서 많은 경험을 하며 살았습니다. 제가 해 온 공부는 시험을 보기 위해서나 학위를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공부를 했습니다. 만약에 제가 대학에서 전공 분야를 공부하거나 유학을 다녀오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면 지금처럼 즉문즉설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것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꾸 특수한 교육을 시키려고 하지 말고 생활 속에서 이것저것 경험하게 하는 것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교육입니다.

 

<2024.03.17 법륜스님의 '하루' 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