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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하루

욕심을 갖지 않고도 발전을 할 수 있나요?

by 명랑bb 2024. 4. 17.

 

행복을 제 안에서 찾는 방법을 여쭙고 싶습니다. 욕심을 가지면 행복해질 수 없는 건가요? 욕심을 갖지 않고도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사가 되고 싶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 정치인이 되고 싶다, 기업인이 되고 싶다, 이런 목표를 갖는다고 해서 욕심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목표는 다 이루어질 수 없어요. 목표는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목표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항상 좋은 결과가 생긴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꼭 나쁜 결과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런 이치를 알면 목표가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안 이루어지면 가볍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목표를 이루고 싶으면 한 번 더 시도해 보면 되지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꼭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집착’이라고 합니다.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질 수 없는데 다 이루어져야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괴로워합니다. 괴로움은 원하는 게 있어서 생긴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집착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겁니다.

 

전교에서 1등을 하고 싶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됩니다.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해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는 안 하면서 1등 하고 싶다거나, 공부를 안 하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걸 욕망이라고 해요. 뭘 하고 싶다는 것이 욕망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 집착하거나, 할 수 있도록 원인을 짓지 않으면서 결과만 바라는 것을 욕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욕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면 돼요. 시도를 했는데 뜻대로 안 되면 그만두면 됩니다. 그래도 하고 싶으면 다시 도전해 보면 됩니다. 원하는 게 안 됐다고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열 번의 시도를 해야 할 수 있는 일을 두 번 해놓고 안 된다고 실망한다면 욕심을 내고 있는 겁니다. 안 된다고 낙담하거나, 후회가 되어 괴롭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환경이 좋지 않아서 달성할 수 없는 일이라면 포기하면 됩니다. 그래도 하고 싶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욕심내지 말고 더 연구하고 노력해 보는 거예요. 욕심만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지속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일이라 하더라도 할 수 있는 능력이 10밖에 안 되는데 100을 하겠다고 하면 그것도 욕심입니다. 욕심은 괴로움의 원인이 됩니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행복이 온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똑같이 그물을 던졌을 때, 착한 사람은 물고기를 많이 잡고, 나쁜 사람은 물고기를 적게 잡는 게 아니에요. 물고기가 잘 잡히는 것은 그물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그물을 던지는 기술이 있는지, 물고기가 많은 곳에 그물을 던졌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물을 던진 사람이 선한지 악한지의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인과에 대한 파악을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문제제기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원인과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을 연결시켜서 불평을 하니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내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하는 말의 뜻은 내가 괴롭지 않으면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아프지 않은 것이 곧 건강을 의미하는 것처럼 괴롭지 않으면 행복한 거예요. 다만 ‘왜 괴로운가’ 하고 살펴봐야 합니다. 날씨가 춥다고 해서 괴로운 게 아니에요. 날씨가 추우면 옷을 더 입든지 외출을 안 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날씨가 추운 날에 옷을 얇게 입고서 날씨 탓을 합니다. 잘 살펴보면 날씨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돈을 못 받아서 괴로울 때도 친구가 돈을 안 갚아서 괴롭다고 생각합니다. 돈이라는 것은 내 손을 떠나면 다시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거예요. 투자를 하면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이런 문제는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할 때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문제예요. 이자를 높게 쳐준다는 말을 듣고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아무런 정보도 없는데 주식을 사서 돈을 잃었다고 합시다.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하기 전에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지면 될 일이지,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내가 상황을 잘못 파악했구나. 다음에는 미리 상황을 잘 파악하자’ 이렇게 앞선 실수를 통해서 다음에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는 좀 더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괴로움은 생기지 않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지 말고 나를 다시 돌아보는 쪽으로 관점을 바꾸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을 두고 ‘행복을 내 안에서 찾는다’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행복이 몸속 어딘가에 있겠어요?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살피는 것을 두고 행복을 안에서 찾는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2024. 04. 17 법륜스님의 '하루' 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