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節氣)는 태양년을 태양의 황경에 따라 24등분한 기후의 표준점을 말합니다. 이를 시령(時令) 또는 절후(節候) 라고도 합니다. 황경이란 태양이 춘분에 지나는 점을 기점으로 하여 황도에 따라 움직인 각도를 말하며, 황경이 0°일 때를 춘분으로 하여 매 15°마다 새로운 절기로 구분합니다. 계절을 세분하여 대략 15일 간격으로 나타낸 달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24절기는 다시 홀수 번째 절기를 '절'로, 짝수 번째 절기를 '중'으로 구분합니다. 중이 되는 절기는 음력 열두 달의 이름을 정하는 절기인데 음력의 달에서 24절기의 중기가 빠진 달이 생기면 이 달을 윤달로 쳐서 양력과 음력의 차이를 보완했습니다.
춘하추동의 각 계절은 입춘 · 입하 · 입추 · 입동의 4개의 절기(四立의 날)로 시작되고 있으며, 24절기는 다시 절(節)과 중(中)으로 분류되어 입춘을 비롯한 홀수번째 절기들은 절이 되고, 우수를 비롯한 짝수번째 절기들은 중이 됩니다. 중이 되는 절기, 즉 중기(中氣)는 음력의 열두 달의 이름을 정하는 절기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우수가 드는 달이 양력 2월(맹춘월), 처서가 드는 달이 양력 8월(맹추월) 등과 같습니다.
24절기가 실제 계절과 어떻게 대응되는가는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의 역일(曆日)의 기후(氣候)라는 대목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월 입춘은 1월의 절기이고 우수는 1월의 중기이다.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이 녹고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가며, 초목에서 싹이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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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회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고, 시절에 따른 맞는 활동을 함으로써 가을과 겨울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절을 구분하기 위한 시간 단위를 절기(節氣)라고 합니다. 지금은 사용의 중요도가 낮아져서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여 시기별로 정리한 것인데,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변화를 우리에게도 적용하고 유추하면서 명리를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명리학에는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가 있습니다. 여기서 12개의 지지(地支)에 각각 2개의 절기가 들어가서 24절기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寅)이라는 하나의 지지에는 입춘(立春)과 우수(雨水)라는 절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입춘은 명리학에서 말하는 순환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입춘이 시작이 되는 이유는 명리에서 말하는 사주팔자가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와 탯줄을 자르는 순간의 에너지의 조합이기 때문에 동지를 시작으로 하지 않고 입춘을 시작으로 합니다. 즉, 동지(冬至)는 하늘의 순환이 시작된 것으로 생명이 태동을 위한 움직임의 시작이라면 시간이 45일 지난 입춘(立春)에는 처음 시작한 생명의 태동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시기로 땅과 동식물이 반응하니 그 시작점을 명리학의 기준으로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온도나 습도를 비롯한 생명의 변화를 관찰하여 寅의 시기는 '아직 춥다', '습도가 위로 서서히 올라오다', '새롭게 뚫고 나오는 시기이다' 의 다양한 모습을 사람에게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적용을 하는 이유는 사람도 본능적으로 이 시기가 되면 과거를 뒤로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실체화 혹은 구체화되기 시작합니다.
2월 4일경 입춘이 있은 후 15일 경 후(後)에 우수의 절기가 있습니다. 자연의 모습으로는 땅 속의 양(陽)의 기운이 겨우내 얼어있던 얼음을 녹여서 땅 속에 물이 생기고, 하늘에서는 비(雨)가 내리는 시기가 됩니다. 이 시기에 식물의 대표인 나무는 뿌리를 이용하여 물을 흡수하고, 흡수된 물은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위로 올라갑니다. 사람도 이와 같이 내 안에 부족한 수(水)를 머리에 저장하고 싶어합니다. 오행으로 수(水)는 지혜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외부로 부터 새로운 지혜를 습득하고 싶어하니 그 모습이 자연을 닮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혹은 예전에 없던 창의적인 생각이 번뜩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24절기를 공부함으로써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명리학 글자들을 이미지화 할 수 있습니다. 오행을 한 가지의 모습으로 물상화하기 보다는 현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히고 변화해 가는 모습을 관찰해 봄으로써 훨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질 수 있습니다.
크게, 24절기를 공부하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음양의 순환을 이해하고 만물이 생성되는 이치를 이해합니다."
음양의 키워드는 화(化)입니다. 이는 변화(變化)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변화속에서 만물이 생성(生)되고, 성장(長)하고, 무성(茂)해지고, 성숙(成)하고, 결실(滅)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천간의 기(氣)의 흐름, 즉 12운성(運星)을 이해합니다."
지지(地支)에는 천간의 기운이 땅에 숨어있다고 하여 지장간(地藏干)이라고 합니다. 이 지장간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자연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즉, 천간이 실제 12지지를 지나면서 기의 세기가 변화해 감을 확인하여 12운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셋째, "오행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을 이해합니다."
보통은 상생(相生)은 좋은 것, 상극(相剋)은 안 좋은 것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순환의 과정에서 상생만큼, 상극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야 순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으로 상생은 준비를 통해 순탄하게 흘러가는 삶으로, 상극은 삶에 역경이 생긴 후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상극의 삶이라고 하면 모두가 말하는 어려운 삶이라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사람은 성장하고 순환하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왜 명리학이 균형을 중요시 하는지도 철학적으로 궁리해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계절이 대대(對待)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寅)은 신(申)과, 묘(卯)는 유(酉)와, 진(辰)은 술(戌)과, 사(巳)는 해(亥)와, 오(午)는 자(子)와, 미(未)는 축(丑)은 충의 관계로 운동의 방향은 다르지만 유사하거나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이처럼 음(陰)과 양(陽)은 모든 만물을 이루는 요소가 되는데, 서로 대조적으로 보이기에 양은 좋은거 음은 좋지 않은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동의 방향성이 달라진 것이고 하나에서 출발했음을 알기에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음과 양은 대대로써 상호보완적인 관계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대(對待)란 주역에서 나오는 용어로 "대립하면서도 서로 끌어당기는 존재, 상대가 존재함에 의해서 비로서 자기가 존재한다고 하는 관계, 상호 대립하면서 상호 의존하는 관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남(男)과 여(女)가 있습니다.
천문(天文)을 관찰하여 때(時)의 변화(變)를 밝힌다.
인문(人文)을 관찰하여 세상(天下)을 발전하게 한다.(化成)
진달래가 피면 봄인줄 안다.
진달래는 천문(天文)이고 봄은 때이다.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다.
비행기는 인문(人文)이고 하늘은 세상이다.
참고문헌>
"칠정산내편"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