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의 개요
백로는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 가운데 열 다섯번째 절기로, 처서(處暑) 와 추분(秋分) 사이에 들며, 양력 9월 9일경입니다.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 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 하여 백로라고 합니다. 백로는 이슬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슬뿐만 아니라 비도 중요했으니, 옛 속담에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여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이 들 조짐으로 보았습니다. 단, 백로가 지나기 전에 서리가 내리면 수확을 망친다고 하였습니다.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입기일(白露入氣日)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그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때 우리 나라에는 장마도 걷히고 중후와 말후에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됩니다. 장마가 물러가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지만, 간간이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으로 말미암아 곡식이 줄기째 부러지고 해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백로 무렵이면 고된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고, 부녀자들은 친정집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이슬이 맺히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발산하는 양의 기운을 진압하기 위해 일찍이 음의 기운이 서서히 밀고 내려왔습니다. 공기중에 퍼져있던 수증기를 음의 기운이 응축시키며 천둥 번개를 비롯한 많은 비를 몰고 오는 모습은 그러한 음의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지면까지 음의 기운이 내려오니 음과 양의 만나는 모습이 농작물에 물방울이 맺히는 모습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제는 땅 위에 살아있는 동식물이 겨울 준비로 들어갑니다. 들어가기 전에 겨울동안 하지 못할 일들을 정리하는 시기가 이 시기입니다. 이제는 세상과 밖으로 산만하게 펼쳐져 있던 기운을 정리하고 시선을 안으로 돌리게 됩니다. 이 시기의 농작물들은 추수때까지 자연이 알아서 곡식을 알알이 채워나가니 나머지는 날씨에 맡깁니다.
백로와 추분은 금(金)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시기입니다. 숙살기지를 견뎌낸 열매들이 이제는 종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음과 양이 비등한 힘의 세기로 대치 중이니,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 막힌 듯한 얼마간의 시간이 유지됩니다. 그러다 음의 기운이 강해지고 서서히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종자가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백로"의 키워드
- 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 하여 백로라고 합니다.
- 백로 무렵이면 고된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입니다.
- 세상과 밖으로 산만하게 펼쳐져 있던 기운을 정리하고 시선을 안으로 돌리게 됩니다.
- 백로와 추분은 금(金)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시기입니다.
참고문헌>
"절기서당" 김동철, 송혜경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네이버 한자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