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아침 경전을 독송하고 있는데 탐, 진, 치에 대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탐내는 마음, 성내는 마음은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는데, 제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서는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순간순간 어리석은 말이나 행동,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욕심에 눈이 어두워’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욕심에 확 사로잡혀 버리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어리석음이 되는 것입니다. 욕심이 원인이 된 어리석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것이 바로 무지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화가 나서 눈에 뵈는 게 없다’ 하고 말할 때도 화가 원인이지만 결과는 어리석음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되고, 지나 놓고 나서 후회를 하게 되는 거죠.
큰 의미의 어리석음은 탐, 진, 치를 합해서 한마디로 말할 때의 개념입니다. 좁은 의미의 어리석음은 욕심, 성냄, 어리석음,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어 말할 때의 개념입니다. 좁은 의미의 어리석음은 이치에 어리석은 것을 의미합니다. 이치란 인연과보를 말합니다. 이런 인연을 지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고, 저런 결과가 나타났으면 저런 원인을 지었다고 하는 ‘인연과보’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서 ‘어리석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돈을 남에게 빌릴 때는 나중에 이자를 쳐서 갚아야 될 결과를 알고 빌려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빌리는 것만 생각하고 나중에 이자를 쳐서 갚을 생각을 하지 못하면 지나 놓고 나서 돈을 빌린 것에 대해 후회하거나 부담을 갖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화를 낸 것도 아니고, 욕심을 낸 것도 아니잖아요. 이것을 어리석음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일이 일어나서 누군가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면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원인을 지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그냥 어떤 일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리석음이에요. 그러나 내가 어떤 원인을 지어서 이런 결과가 왔는지를 알면, 즉 인연의 이치를 알면 원망할 일은 없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원망은 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내가 모르는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치를 모르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고, 이런 이치를 알아서 원망하지 않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행위를 할 때 결과가 예측되기 때문에 그 행위에 대해서 조심합니다. 아무리 눈앞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몸에 나쁘거나 비만이 된다면 멈출 줄 아는 것을 ‘지혜롭다’ 이렇게 말합니다.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은 이치에 밝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이치에 밝지 못하다는 것은 인연과보에 무지함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원인을 지었으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이미 결과가 일어났으면 원인 규명을 금방 해서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일이 딱 일어났을 때 원망하지 않고 ‘내가 이런 원인을 지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금방 받아들이는 거죠. 이렇게 어떤 현상의 원인을 아는 것을 ‘숙명지’라고 합니다. 내가 어떤 원인을 지으면 그 결과를 예측할 줄 아는 것을 ‘천안지’라고 합니다.
이치에 밝은 것을 ‘지혜’라고 하고, 이치에 어두운 것을 ‘어리석음’이라고 합니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도 어리석어지고, 성냄이 일어나도 어리석어집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모두 어리석음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것을 나누면 하나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서 어리석어지는 것이고, 하나는 자신의 성질에 사로잡혀서 어리석어지는 것이고, 하나는 이치를 몰라서 어리석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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