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PD들은 대부분 성격이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20여 년 전 PD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직장에서 싸워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자꾸 싸우다 보니 제가 마녀처럼 변한 겁니다. 제가 마녀가 된 줄도 몰랐습니다. 주위 선배나 후배들에게 독화살을 날리기도 하고, 할 말은 다 해야 하고,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라고 치부하며 10년을 살았습니다. 그런 생활이 10년이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역으로 저도 똑같이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이 이제는 다혈질적인 성격도 좀 죽이고 말도 너무 독하게 하지 말고 참으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한 10년을 참고 또 참았습니다. 꼭 필요한 말은 해야 할 때도 있고 화를 내야 할 때도 있는데, 무조건 참았더니 이제는 때를 놓쳐서 꼭 필요한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언제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하는 것이 너무 무서워집니다. 참았다가 뒤돌아서서 ‘그때 그 말은 해야만 했어’ 하고 후회하는 상황이 반복되니까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동료들은 제가 화를 안 내서 좋아하니 제가 참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해요. 할 말을 안 하고 살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어요. 질문자의 문제는 지금 말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핵심이 아니에요. 화를 안 내고 말하면 되잖아요. 왜 꼭 말을 할 때 화를 내면서 해야 합니까? 할 말은 다 하되 화는 내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면 참을 게 없지요.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성질 내지 말고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기분이 슬 나빠지네’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잖아요. 할 말은 다 하세요. 의견이 있으면 ‘내가 보기에는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면 됩니다. 왜 할 말을 안 하고 살아요? 입은 말하라고 있는데요. (웃음)
주변에서 동료들이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시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서로 다를 뿐이에요. 둘째, 화를 내지 말고 말하라는 뜻입니다. 감정을 덜어내서 화를 내지 말고 말하면 됩니다. 화를 참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지 말고 화를 안 내고 말하면 됩니다. 화를 안 내면 어떤 말을 해도 괜찮아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화를 안 내고 말하면, 본인은 할 말을 다 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안 받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도 나쁘지 않게 하고, 모두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그걸 왜 안 합니까? 나도 모르게 화가 났을 때 상대가 왜 화를 내느냐고 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돼요. 잘못했거나 욕설을 해서 사과하라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낸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사과하라는 겁니다. ‘내가 순간 놓쳤구나’ 하고 빨리 자각하면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순간적으로 화가 날 수 있거든요. 오늘부터는 말을 많이 하세요. 화내지 말고 말해 보세요.
< 2024.03.03 스님의 하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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