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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할까요, 느긋하게 살아야 할까요?

by 명랑bb 2024. 3. 9.

 

저는 원래 경쟁적이지 않고 좀 느긋하게 사는 성격이었는데요. 부처님 법을 만나고는 느긋한 정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죽을 때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나?’ 하고 후회할까 봐 좀 걱정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제가 의욕적으로 뭔가 도전했던 일들이 다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개인이 의욕을 부리고 쟁취하려는 것들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어떤 관점을 갖고 살면 흔들리지 않고 줏대 있게 살 수 있을까요?

 

의욕적으로 사는 것과 느긋하고 천천히 사는 것 중 어떤 것이 좋다고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인생은 본인이 좋은 대로 살면 됩니다. 그러나 바쁘게 의욕적으로 살면서 느긋하게 천천히 사는 삶을 부러워하거나, 반대로 천천히 느긋하게 살면서 의욕적으로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면 고뇌가 생깁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조금 일하고 밥만 먹고 한 마리 토끼처럼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것이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들과 자연이 다 함께 사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옛날에는 그걸 게으르다고 비판했는데, 요즘처럼 기후 위기 시대에는 의욕적으로 사는 게 도리어 지구 환경을 파괴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문제라고 한다면 많이 쓰고는 싶고, 일은 하기 싫은, 이것이 문제입니다. 그렇게 살면 누군가 열심히 일한 희생 위에 내가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빚을 지는 삶은 바람직하지 않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산속에서 조용히 열매나 따 먹고 나물 뜯어 먹고 약초 캐 먹으며 산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것을 게으르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산속에서 혼자 살면서 계속 마을에 내려와 우유를 가져가거나 달걀을 가져가면서 자기는 세상과 등지고 산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은 어느 게 많을까요? 의욕을 가지고 살 때 부작용이 많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의욕을 갖고 한 일이 때로는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때로는 자연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의욕을 갖고 한다고 다 그런 것도 아닙니다. JTS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산에 나무를 심어 자연을 복원하는 등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면서 의욕적으로 사는 길도 있습니다. 그러니 의욕적으로 사느냐 안 사느냐가 핵심이 아닙니다. 그 의욕을 내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괴로움이 되기도 하고, 공덕을 짓기도 하는 것입니다. 천천히 편안하게 여유 있게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타인이 생산한 것을 소비하면서 여유 있게 살면 빚지는 삶이 되고, 본인이 소비를 줄이고 살면 한가한 삶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욕을 갖는 게 좋은지, 한가한 게 좋은지,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의욕을 갖는 대상과 삶의 형태에 따라서 그에 따르는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는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한가하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살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검소하게 사는 것을 권장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않는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스승들 중에는 전법을 위해 의욕적으로 사신 분도 있고, 중생 구제를 위해서 자기를 헌신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는 질문자가 선택해서 살면 됩니다.

 

< 2024.03.09. 법륜스님의 '하루' 中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