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의 개요
입춘은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로 양력 2월 4일경입니다. 입춘은 이제 막 땅에 도착한 봄인 것입니다. 그러니 막상 입춘이 되도, 기대에 미칠 만큼 봄이 약동하지는 않습니다. 봄의 기운이 만들어지는 시기로 아직까지는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심하면 눈이 내리는 때도 있습니다.
겨울의 대표적인 풍경은 모든 생명이 정지된 것 같은 불모의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봄이 온 것입니다.
봄의 대표적인 단어는 생(生)의 기운입니다. 그렇기에 불모의 땅을 생의 기운이 넓혀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그것이 바로 봄의 모습이 됩니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2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 눈에 생기로 가득한 봄의 모습이 되기까지 땅 속에서는 벌써부터 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일까요?
그 시작은 12월 22일경에 도착하는 ' 동지(冬至)'라는 절기입니다. 우리가 느끼기에 가장 추워진다고 느끼는 그 시기에 땅 깊은 곳에선 봄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양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운이 커져 갑니다. 마치 새벽에 동이 트기전 칠흑같은 어두움을 뚫고 희미한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위로 떠오르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자(子)월의 동지부터 시작된 봄의 준비는 인(寅)월까지 지속됩니다. 이 시기는 지면위로 나오기 위한 선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면위로 나오기 위한 선작업은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나무가 뿌리를 겨울의 언 땅에 내리고 있으니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이 될까요. 언 땅속에는 바위도 있고 얼음이 녹지 않아 물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여름을 대비한다고 생각하면 이 정도는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입춘(立春)의 한자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들 입(入)이 아닌 봄을 세우다는(立)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함께 봄을 만들어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봄을 창조하는 행위,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동참해야만 그려 낼 수 있는 작품인 것처럼. 변화를 만들어 가는 ’움직이는 공동체‘가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공동체에는 종의 구분이 없습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 사는 동식물과 사람의 율동이 봄이라는 계절의 기운을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은 세울 건, 햇볕 양, 많을 다, 경사 경을 써서 맑은 날이 많고 좋은 일과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라는 기원을 담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기다린다고 해서 오지 않습니다. 나도 봄 축제의 일원이 되어 함께 ’봄을 세워야‘ 비로소 봄을 맞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설립(立)의 한자는 '세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를 기준해서 이를 바라보면 무엇을 세우는 것일까요. 생(生)의 기운으로 세상에 나가기 위한 준비로써 '나'를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이 봄의 축제에 생의 기운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당연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여기에는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기에 12지지중 '寅'이란 지지를 동물중에서도 용맹한 '호랑이'에 배속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을 영어로 'Spring'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힘차게 뛰어오르는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입춘"의 키워드
- 봄의 대표적인 단어는 생(生)의 기운입니다.
- 자(子)월의 동지부터 시작된 봄의 준비는 인(寅)월까지 지속됩니다.
- 여기서 봄의 준비는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 이는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입니다.
-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이 봄의 축제에 생(生)의 기운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 '立'은 세우다. 정하다. 확고히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절기마당" 김동철.송혜경
한국민속대백과사전
